“집에 노인이 안 계시면 빌려서라도 모셔라.”
- 고령화사회에 즈음하여 -

임 효 덕( 중구정신보건센터장/ 경북대병원 정신과 교수 )

첨단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의 수명은 현저하게 연장되고 있으며 우리사회가 '고령화사회(노인인구 7%이상)'를 지나 '고령사회(노인인구 14% 이상)'로 곧 접어들 것이라고 최근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 수명의 현저한 연장과 노인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의 질은 얼마만큼 향상되고 있는가? 특히 노인의 삶의 질은 어떠한가? 해외 유학시절에 만났던 한 서양 교수는 동양, 특히 한국에 대해 가장 부러운 것은 ‘효(孝)사상’이라고 하였다. 현재, 전 세계에 걸쳐 범람하고 있는 서양의 물질주의 문화, 고도의 산업화, 기계화 문명으로 인하여 인간 존재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증세가 세계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 ‘진실한 인간관계의 파괴’와 ‘인간 존엄성의 파괴’이다. 인간이 물질적인 생산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결과이다. 인간이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가시적 생산력과 사회적 지위에 의해서만 평가받고 있다.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는 인생의 목표가 50대에는 ‘지천명(知天命)’, 60대에는 ‘이순(耳順)’, 70대에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고 하였다. 즉, 인생이 ‘수도(修道)’ 즉, 자기수양을 지향하여야 하며 인생 경험을 통한 지혜(知慧)의 습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노인들이 그러한 지혜를 획득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노인들의 이러한 지혜를 경시하고 있다. 한 가정에서 어른의 건강한 권위와 존엄성이 말살될 때, 그 가정은 뿌리째 흔들리게 되고 그 가정에서 올바른 자녀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어른을 존중한다는 말이 잘못된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것과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사회는 어른들로 하여금 어른으로서의 올바른 권위를 지키고 지혜로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새로운 세대가 이러한 지혜의 도움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제 서양의 과학적 지식 및 기술은 동양의 지혜(知慧, 道)라는 그릇에 제대로 담겨져야 할 시점이고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 전통의 지혜를 자각하고 새롭게 할 때, 우리는 ‘노인 문제’를 세계 최고로 잘 해결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이글은 중구소식지 2008년 1월편에 실린 내용입니다.